
초딩 시절, 포켓몬스터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다.
저녁 6시만 되면 동네 초딩들은 TV앞에 모여 포켓몬스터를 봤고,
포켓몬빵을 사 먹으며 띠부띠부씰을 모았다.
포켓몬 짱딱지로 딱지치기를 하는것도 유행이었다.
그중에서도 집에 여유가 있는 친구들은 게임보이로 포켓몬스터 게임을 즐기곤 했다.
나도 사촌형이 하던 <포켓몬스터 옐로우>를 무척 해보고 싶었는데, 형은 끝까지 빌려주지 않았다ㅠ
결국 시간이 흐른뒤 에뮬로 처음 접하게 된 작품이 <포켓몬스터 레드>였다.
만화로만 보던 포켓몬세계를 직접 플레이하는 감각은 아직도 생생할 정도로 신기하고 재밌었다.
하지만 일본어의 장벽은 높았다. 결국 블루시티 관장 이슬이까지만 깨고 접어버렸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30대 중반이 된 지금, 다시 그 게임을 플레이하게 되니 기분이 참 묘했다.
필자는 NDS로 DP와 BW, 3DS로 ORAS, USUM을 즐겨봤다.
전국도감도 완성해 봤고, 실전 노가다나 레이팅 배틀도 해봤다.
나름 포켓몬 경력이 꽤 쌓였지만, 이로치 헌팅만큼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오랜만에 포켓몬스터를 다시 시작하면서, 이번에는 뭔가 안 해본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로치 스타팅 포켓몬에 도전하게 됐다.
그리고 바로 후회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었다.
2시간, 4시간,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하는 자괴감이 밀려왔다.
거의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리셋을 반복했고, 결국 4일 동안 약 2천 번이 넘는 리셋 끝에 드디어 이로치 파이리를 얻었다.

이제야 검은 리자몽을 타고 관동지방을 모험할 수 있게 됐다.
어린 시절 만화 속 지우가 잡았던 포켓몬들처럼 캐터피, 구구, 피카츄를 잡았고, 니드런도 파티에 넣었다.
웅이와 이슬이를 차례로 이기고 나니, 드디어 어릴 때 막혔던 구간까지 오게 됐다.
'아, 이수재를 도와주고 상트앙느호 승선티켓을 받아야 진행되는 거였구나' 그제야 어렴풋이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후로는 막힘없이 쭉 진행됐다. 갈색시티의 마티스를 쓰러뜨리고, 로켓단 보스 비주기에게서 실프스코프를 얻어 포켓몬타워의 유령을 성불시켜 줬다. 그 답례로 포켓몬피리를 받았고, 그 피리로 길을 막고 있던 잠만보를 깨웠다.
그렇게 다른 체육관 관장들까지 모두 이기고 배지를 전부 모은 뒤, 포켓몬리그에 도전했다.
사천왕을 쓰러뜨리고 현 챔피언까지 꺾으며 결국 우승을 차지했다.

사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스토리라고 할 만한 것도 크게 없는 게임이다.
그런데도 뭐가 그렇게 재밌었는지, 정신없이 몰입해서 플레이했다.
단순히 포켓몬을 모으고 싸우는 그 재미 하나만으로 잠까지 줄여가며 게임을 했다.
무엇보다도 추억 속 포켓몬들을 다시 만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즐거웠다.
꼭 대단한 스토리나 화려한 그래픽이 아니어도 이렇게 재밌을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엔딩 이후의 콘텐츠도 상당히 풍부하다.
안농 잡기, 포켓몬리그 2차전, 전설의 포켓몬 뮤츠, 호우호우, 루기아, 테오키스 잡기 등 즐길 요소가 많아서 좋았다.





다만 아쉬웠던 점도 있다. 파이어레드라는 작품이 출시된 이유가 GBA로 출시된 <포켓몬스터 루비, 사파이어>로 1세대 포켓몬을 데려올 모책이었다. 그런 이유로 파이어레드의 모든 도감을 채우기 위해선 <포켓몬스터 루비, 사파이어>가 필요하다. 하지만 스위치로는 아직 3세대가 리메이크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국도감 완성은 불가능했다.
아쉬운 대로 관동도감만이라도 완성하고 싶었지만... 통신을 하기 위해선 직접 만나서 교환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 나이 먹고 교환이나 통신진화 하러 돌아다니긴 힘들 것 같아 포기했는데, 이점이 참 아쉬웠다.
현세대 기기로 출시해 주는 만큼 인터넷 교환도 추가해 줬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리고 비한글화
정식 한글화가 됐던 2세대 <포켓몬스터 실버, 골드>와 다르게 3세대 <포켓몬스터 루비, 사파이어, 파이어레드, 리프그린, 에메랄드>는 한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때문에 국내에서는 3세대가 인기가 별로 없다.
만약 이번에 정식 한글화되어 출시됐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러한 아쉬운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즐겁게 즐겼기 때문에 정말 대만족이다.
이번 작품을 계기로 모든 세대의 포켓몬스터를 플레이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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