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로우 나이트는 인디게임씬에선 1황으로 여겨지며, 죽어가는 메트로배니아 장르의 부흥을 이끈 장본인이다.
이는 판매량으로 증명되는데 제작사 팀체리가 밝히길 누적 판매량이 1500만 장 이상이라고 한다.
실로 어마어마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덕분에 돈 걱정 없이 후속작인 실크송을 제작했다고 하니 말 다했다.
이렇게 유명한 대작 게임을 출시된 지 8년이나 지난 뒤 플레이하게 됐다.
사실 출시된지 얼마 안 된 할로 우나이트:실크송을 하고 싶었는데 초보자에겐 너무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했고,
실크송을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이 입모아 하는 말이 '전작부터 플레이하길 추천한다'였다.
할로우 나이트는 벌레소울이라는 별명이 있다.
할로우 나이트의 세계관인 '벌레' + 프롬소프트의 소울시리즈를 뜻하는 '소울'을 합친 말이다.
이제는 하나의 장르가 되어버린 소울라이크는 어려운 난이도의 게임을 지칭하는 대명사로 사용된다.
이는 할로우 나이트가 얼마나 어려운 난이도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나 역시 실크송 플레이영상을 보곤 쫄아버렸고, 8년이나 지난 할로우 나이트를 플레이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나에겐 난이도 말고도 또 하나의 진입장벽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복잡한 길 찾기이다.
동일한 지역의 반복적인 탐색을 통해 숨겨진 아이템과 지름길 등을 찾는 비선형 탐험이 필수인데,
나는 소문난 길치다.
젤다의 전설을 할 때도 신전에서 길을 헤매는 게 일상이다 보니 메트로배니아라는 장르자체에 겁을 먹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로우 나이트만의 매력적인 세계관은 나로 하여금 플레이해보고 싶게 만들었다.
그리고 진엔딩까지 본 지금 기쁜 마음으로 할로우 나이트에 대한 리뷰를 써보려 한다.

이 게임을 갓겜으로 만든 몇 가지 요소들이 있는데, 내가 생각하는 첫 번째 요소는 게임이 주는 '분위기'이다.
가장 먼저 얘기할 건 우리가 조종하는 주인공 및 상호작용하는 NPC, 적들과 보스몹 등 캐릭터 디자인이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벌레인데 디자인을 정말 귀엽게 잘 뽑았다.
없는 벌레를 만든 게 아니라 실제 벌레의 모티브를 따와서 만들었는데 이게 또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개인적으로 퀴렐과 쇠똥구리 수호기사를 좋아하는데 각각 콩벌레와 쇠똥구리에서 착안한 캐릭터다.
맵디자인과 BGM 또한 분위기를 만드는데 한몫한다.
게임 속 배경인 할로우네스트는 보통의 벌레들이 그러하듯 땅속을 파고들어 가 만든 벌레왕국이다.
때문에 빛이 없는 무채색의 스테이지가 대부분이며 그에 맞게 BGM도 슬프고 쓸쓸한 느낌을 준다.
귀여운 캐릭터가 음울한 배경과 대조를 이루며 특유의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positive)

두 번째는 도전욕구를 자극하는 '레벨디자인'이다.
사실상 이 게임이 갓겜이 된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아닐까 싶다.
컨트롤이 요구되는 게임을 즐기진 않는다 아니 싫어한다. 이걸 깨라고 만든 건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어려운 게임이 미덕이 된 요즘에 어렵기만 한 게임이 판을 치고 있는데, 할로우 나이트는 뭐랄까... 맛있게 맵다.
나이가 드니까 피지컬이슈로 인해 보스몹을 잡기 위해선 평균 10번 정도 트라이를 한다.
근데 이상하게 조금만 더하면 깰 것 같고 죽어도 재밌어서 계속 플레이하게 된다.
이 감정을 처음 느낀 건 사마귀 군주들을 잡을 때였다.
죽음을 반복할수록 패턴이 보였고 마지막 일격으로 보스를 잡을 때의 짜릿한 손맛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물론 죽어도 안 깨지는 보스도 있었는데 이럴 땐 부적의 조합을 바꾸거나 목숨을 늘려서 도전해 보자.
생각보다 쉽게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모으는 맛'이 아닐까 싶다.
할로우 나이트에서는 찾거나 모아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가장 처음 얘기하고 싶은 부분은 지도다.
앞서 얘기했듯 매트로배니아 장르의 게임이다 보니 필연적으로 같은 지역을 여러 번 돌아다닐 수밖에 없다.
하지만 놀랍게도 처음부터 지도를 제공해주지 않는다.
지도를 그리는 '코니퍼'라는 NPC를 찾아서 그에게 구매를 해야 한다.
구매 이후에도 대략적인 형태만 표시될 뿐이지 직접 돌아다니면서 제대로 된 지도를 완성해야 한다.
걱정했던 부분인데 오히려 큰 재미를 느꼈다. 할로우네스트를 돌아다니며 지도 빈 곳을 채워나가는 쾌감도 있었고,
길치라서 어차피 여러 번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그러다 생각지도 못했던 이벤트를 만나기도 했다.
또 부적이라는 장착 아이템이 있는데 맵 이곳저곳에 흩어져있다.
부적끼리의 조합이나 특정 보스에게 강력한 부적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다 찾아줘야 하는데
부적마다 디자인도 다르고 기능도 다양해서 모으는 맛이 있었다.
충격과 공포의 애벌레 찾아주기도 재밌었다. 다 찾아본 사람은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이밖에도 지오나 가면, 그릇파편, 대못강화, 기술, 꿈의 정수 등 다양한 모을 거리들이 게임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항해일지 카테고리에 할로우 나이트 플레이 일지를 기록할 정도로 재밌게 플레이한 게임이다.
덕분에 컨트롤에 조금 자신감이 생겼다. 키보드가 아닌 컨트롤러로 엔딩을 봤다는 자부심마저 생겼다.
이는 나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게이머로써 한 단계 성장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엄연히 다른 장르이지만 소울라이크게임에 한번 도전해 볼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보았다.
매트로배니아에 입문하고 싶은 사람, 실크송을 해보고 싶은 사람, 어려운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두루두루 추천해 줄 수 있는 웰메이드 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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